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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평소에 조심하지 않다가 현실에서 노클립해서 나와 잘못된 구역으로 가게 된다면 결국에는 백룸에 도착하게 되는데, 여기에서는 낡고 축축한 카펫의 악취, 모노-옐로 톤의 광기, 최대치로 웅웅거리고 지직대는 형광등의 끝없는 배경 소음, 그리고 대충 6억 제곱 마일에 달하는 무작위로 구분된 텅 빈 방들에 갇히게 된다.

가까이에서 뭔가 돌아다니는 소리를 들었다면 신이 보호해주기를 바라야 할 텐데, 왜냐면 그것도 당연히 널 들었을 테니까."

122) “unsettling images”, 4chan, 2019.05.12.

2018년 4월 21일자의 포챈 /x/ 스레드에 해당 이미지가 올라온 것까지 연원을 찾아갈 수 있다고 하네요. 우연적인 동시에 필연적이게도, 이 스레드는 '커스드 이미지'를 올리라는 스레드였습니다.

123) “The Backrooms”, 4chan, 2019.05.15.

124) “리미널스페이스론”, 김음, <공간주의>, 2021.05.22.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세계 너머의 세계에서 온 쎄하고 으스스한 감각을 거듭 접하고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우리가 속한 공간에서 으스스함을 발견하고 어떤 상황에 새로운 삶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가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조금이나마 훈련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살고자 할 때 다른 세계가 시작되는 구체적인 공간이 리미널공간이라면 말이다."

125)

126) “SCP-087”, Zaeyde, SCP Foundation, 2009.12.11.

"SCP-087은 불이 켜져 있지 않은 층계참식 계단이다. 38도 각도로 내려가는 13칸의 계단을 내려가면 지름 약 3미터의 반원형 층계참이 나타난다. 각 층계참마다 계단이 내려가는 방향은 180도씩 반대로 꺾인다. 안이 어둡기 때문에 SCP-087은 층계참 1.5개 밑으로는 육안 관측이 불가능하다. 내부에 조명 기구나 창문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SCP-087 내부를 탐사할 시 광원이 필수적이다. 빛은 75와트보다 더 밝을 필요가 없는데, SCP-087이 여분의 빛을 흡수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27) “SCP-3008”, Mortos, SCP Foundation, 2017.05.05.

SCP-3008-1은 이케아 가구점 내부를 닮은 공간으로, 물리적으로 해당 매장의 공간 내에 존재할 수 있는 공간보다도 훨씬 넓게 펼쳐져 있다. 현재 측정 결과, 최소 10km2의 공간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어떤 방향으로도 외부 경계선은 보이지 않는다. 확정된 것은 아니나, 레이저 거리 측정계를 이용한 결과 이 공간이 무한할 수도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어 있다.

128) “Kenopsia”, The Dictionary of Obscure Sorrows, Tumblr, 2012.07.21.

129) “The Backrooms (Found Footage)”, Youtube, Kane Pixels, 2022.01.07.


물론 밈화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여담

사실 5부의 '여담'으로는 <미스테리아>의 43호에 싣게 된 "닫힐 준비가 돼 있어"가 준비되어 있긴 합니다. 문단 하나만을 인용해볼게요:

"백룸과 리미널 스페이스가 평평하게 폐쇄된 가상공간, 존재론적인 밀실이 될 수 있는 것은, 결국 이것들이 크건 작건 사각형 테두리 안쪽에서 나타나는 화면으로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에 떠돌아다니는 이미지이기 때문일 겁니다. 달리 말하자면, 이곳들은 물리적인 현실과 그 안쪽의 상대적인 “가상현실”인 인터넷이 맞닿아서 생긴 접면과 같은 곳이죠. 평평한 가상공간 속 밀실이란 입체공간상에서의 물리적인 규칙만을 따라서는 절대 풀어낼 수 없는 수수께끼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갑갑하게 갇힌 감각이 잔뜩 발생합니다. 보이는 겉면 이외의 다른 단서와 의미들은 이곳에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왜 이 널따란 공공장소가 이토록 허망하게 텅 비게 되었는지, 영영 넓어질 것만 같은 실내공간의 끄트머리가 정말 어떻게 생겨먹었을 지에 대한 상상은, 이 불가능함도 불능함도 완벽하게 해소할 수 없는 밀실의 존재를 그럴싸하게 말이 되게 하고자 나중에서야 욱여넣는 이야기들일 뿐입니다. 이런 사후적인 의미부여는 무지와 그에 따른 무능에 맞서는 생존본능처럼, 백룸과 리미널 스페이스의 공간들이 불길하게 드리우는 공허함을 무마해보려는 일일지도 모르겠고요. 문득 쳐다본 공간이 단 한 순간이라도 텅 비게 느껴진다면 어디든 “리미널해지는” 바로 그 때, 지극히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공간들도 어느 순간 평평한 폐쇄성을 띠고 눈앞에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 2차원적으로 모의된 밀실들은 3차원적으로 구현된 밀실처럼 두뇌싸움을 걸거나 탈출게임을 제안하지도 않고, 인터넷의 시공이라는 하위차원에서부터 불쑥 솟아올라 두뇌 자체를 파고들어 현실감각의 경계를 탈출불가능하게 흩뜨릴 수 있습니다. 턱 막힌 밀실과 뻥 뚫린 광장을 물리적으로 정의내리는 규칙과 무관하게, 모든 곳에서 그 닫힌 느낌과 갇힌 감각, 평평한 폐쇄성이 솟아올라 우리를 그 안쪽으로 집어삼킬 수 있게 말이지요."



5부에서는 주로 19년도 당시에 착안된 백룸이 어떻게 리미널 스페이스의 개념으로 확장되거나 로어화 작용이 들러붙어 반쯤 밈이 되었는지를 살펴보았지만, 케인 픽셀즈의 영상이 백룸 자체의 재부상을 불러온 이후의 22년도에는 꽤나 재미난 전회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첫째는 물론 케인 픽셀즈의 영상문법 자체를 따와 주로 3D 애니메이션을 통해 각기 다른 백룸들을 가상으로 모의하는 영상들이고,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건 밸브의 샌드박스 게임인 <게리모드(Garry's Mod)> 맵들과 넥스트봇(NextBot)을 이용한 일련의 게임 겸 이를 담은 영상들입니다. 거대한 3D 게리 모드 맵을 홀로 떠돌아다니는 플레이어를, '커스드'하거나 보다 밈에 가까운 2D 이미지 끊임없이 쫓아오지요. 이 넥스트봇 게임/영상들이 제게 정말로 흥미로운 것은 이게 가장 기초적인 의미에서의 점프 스케어로 작동하긴 하지만, 호러 게임에서 흔히들 연출하듯 그를 위해 긴장감을 일부러 풀거나 끌어올리는 연출을 삼거나 특히나 아주 큰 힘을 발휘하는 사운드와 같은 도구들을 전혀 쓰지 않은 채 단지 "섬뜩한 이미지가 눈 앞에 불쑥 나타났다"는 것만으로도 이를 성취하기 때문입니다. 넥스트봇의 가장 효과적인 호러는 곧 전적으로 "이미지의 예상치 못한 충격"에 있되, 게임이라는 모의된 대체현실에서 이 모든 일들이 벌여지듯, 규칙과 구조의 "끄트머리"들이 최대한 제한되어 있는 시공에서 무엇보다도 AI를 통해 자동적으로 제어된 채 발생하지요.

이것은 정말로 매혹적인 일입니다. 이곳에 구구절절한 로어화들이 들어갈 틈새는 없으니까요. 단지 겉면밖에 존재하지 않을 뿐이었던 백룸의 시공을 게리모드식 대체현실에 이식한 다음, 마찬가지로 겉면밖에 없기에 플레이어를 얼마든 급습할 수 있을 평평한 이미지들이 괴물이 되어 영원히 쫓아오니까요. 특히나 그것이 멀게는 4부에서 다뤘던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어떠한 경향성들이 종합된 결과라고 생각해보았을 때에, 넥스트봇은 20년대 초반을 지나고 있는 인터넷 호러의 가장 흥미로운 '현재' 중 하나일 것입니다. 처음의 (멕시코의 한 실종자 탐문 방송에 뜬 희생자의 몽타쥬라는 뒷이야기가 붙어진) '셀레나 델가도 로페즈'나 (버락 오바마의 얼굴을 기괴하게 잡아늘린) '오벙가' 같은 이미지들 이후로, 온갖 자질구레한 밈-이미지들이 백룸의 세계로 총출동하는 지금을 생각해보면 더더욱이나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 AI를 보다 더 뛰어나게 조정하는 등의 혁신은 여전히 차근차근 일어나고 있지요. 아마 머지않아 이 컨셉을 게리모드가 아니라 실제 게임엔진으로 구현한 저급 인디 호러 게임들이 (다른 모든 인디 호러 게임들이 온라인 호러의 수많은 유행을 따르며 일종의 비료가 되어주었듯)몰려오게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