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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Panchiko - D>E>A>T>H>M>E>T>A>L”, 4chan, 2016.07.21.

헤이 헤이

재밌어 보여서 삼 : http://imgur.com/a/kjGOv

인터넷이나 다른 곳에선 검색해도 별 게 없었음. ㄹㅇ 듣보 밴드들도 오래된 마이스페이스 페이지나 무슨 포럼에서 언급되는데.

이거 알아보는 사람 있냐?

노이즈 팝이나 베이퍼웨이브 ㅇㅈㄹ 일줄 알았는데. 지금 들어보니까, 1번 곡은 노이즈가 앞뒤로 왔다갔다 하는 리얼 로우파이 슈게이징 같음.

바이럴 마케팅 이딴 거 아니다. 누가 빛이나 좀 비춰줄 수 있나 궁금한 거고 레어템 각에 살짝 신난 거뿐임.

69) “[Outdated Bitrot Upload] Panchiko - DEATHMETAL”, dismissyourself, Youtube, 2019.08.06.

70) “Floral Shoppe”, Macintosh Plus, Bandcamp, 2011.12.09.

71) “pilotredsun - Achievement (full album)”, PilotRedSun, Youtube, 2016.03.29.

72) “Everywhere at the end of time”, The Caretaker, Bandcamp, 2016.09.22.~2019.03.14.

73) <PilotRedSun>, Youtube, 2010.06.25.~


<그린치의 최후통첩(Gri​nch's ultimatum)>이나 <서두르지 마(Not So Fast)>와 같은 영상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개성들도 있지만, 특히나 채널의 초창기 영상들로 향할수록 파일럿레드썬의 특징들은 00년대와 10년대 각각의 인터넷 문화가 마주하는 접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림판과 플래시 등의 아마추어리즘적인 도구를 거칠게 사용하고 이미지 파일들을 임의적으로 오려붙여 제작한 자작 애니메이션들과, 사실 거의 동일한 유형의 도구들을 사용하지만 원래의 형식들을 보다 부조리하게 뒤틀어 추출한 분위기가 아이러니와 뒤섞여 침식한 작업물들이 양쪽에서 만나는 지점에 말입니다. 이런 영상들은 코미디일까요, 호러일까요? 그 코미디와 호러는 각각 21세기 웹의 어느 시대에서부터 찾아온 것일까요? 디지털적으로 찌그린 선과 형이 모종의 연속성을 유지한 채 과격하게 뭉개진 채 꿈틀대며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속에서 애니메이션의 뜻처럼 '살아있는' 덩어리들은, 어쩌면 인터넷에서의 많은 것들이 움직이는 방식과 닮아있을지도 모르겠네요.

74) “ENA”, Joel G, Youtube, 2020.06.05.~

파일럿레드썬이 인터넷의 중심부에서 진행되는 시간선에서 닻을 올린 채 붕 떠있다면, <ENA>는 목표로 둔 시간대를 분명하게 바라본 채 디지털 세계를 내달려 미로와 벌판과 같은 가상 공간들을 헤쳐갑니다. 그것은 시리즈의 주된 에피소드인 <멸망의 파티 (Extinction Party)>와 <유혹의 파티>의 기본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저마다의 특색을 띤 NPC 같은 등장인물들을 길목에서 우연히 마주쳐가며 단서를 얻고, 틈새를 타고 전혀 다른 세계들을 이동해다니며, 2D와 3D 모두 각자의 질감만을 띤 채 평평한 화면에 깔린 형상은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게임을 닮아있는 외양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서의 경험과 꽤나 닮아 있기도 합니다.

75) “ENA - a webcore/internetcore/enawave playlist”, chickpea, Youtube, 2021.01.07.

<ENA>에서 직접적으로 사용했으며 트랙을 제공한 주요 음악인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레이엄 카트나(Graham Kartna), 올리버 벅랜드(Oliver Buckland), 메타룸(METAROOM), 머쉰 걸(Machine Girl) 등.

76) “[CHEESE & RICE] MOONY - a webcore/internetcore/enawave playlist”, chickpea, Youtube, 2021.01.31.

이외도 이러한 '웹코어 / 인터넷코어'로 분류되는 트랙들은 1) 오로지 합성적인 전자음만을, 2) 그 또한 사뭇 아날로그적으로 보일 만한 20세기 마지막 20년 정도의 기계장치들보다는 컴퓨터를 통해 종합된 가상악기들로 사용하곤 하고, 3) 이 과정에서 또한 소리의 충실도를 낮춘 채로 불어터진 스피커와 같은 음질을 모의하기도 하며 4) 선형적이고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전개에 오류가 튀어나듯 글리치를 삽입해서, 또한 5) 트랙 자체의 박자를 잘게 쪼개 분열적인 속도감을 구현하며 그 "미감"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특징들은 곧 정보 값을 이산적으로 처리하는 세계에서 발현한 존재들의 까끌까끌한 표면을 훌륭히 구현합니다.

77) <Baphometkun>, Youtube, 2020.08.21.~


오래된 인터넷 자체를 미감으로 삼는 시기에 불현듯 유행을 탄 이른바 "성경 상에서 정확한 천사 (biblically accurate angel)"의 이미지, 보통 동물도 곤충의 형태도 하지 않은 채 훨씬 추상적인 외형과 수많은 눈을 가진 채 빛을 발하는 모습은, 인간의 인식체계와 사유지평 자체가 소화해내지 못하는 수많은 것들을 그나마 알아먹을 수 있는 꼴로 치환한 형태인 동시에, "두려워 말라 (Be Not Afraid)" 같은 문구들의 사용을 통해 여하간 이런 이해불가한 존재들을 알아먹어보려는 시도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게 인터넷의 이러한 동네에서 어떤 이유로든 꽤나 각광 받는 건 어쩌면 현대적인 "중세천사"들이 곳곳에 가득하며 어쩌면 지금 당장 우리가 그들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그것은 어찌 보자면 일종의 연습일 텝니다.

78) “can we go home? || a weirdcore/dreamcore/internetcore playlist 2”, globster, Youtube, 2020.10.25.

여기서는 인터넷과 연계된 '미감'들만을 다루긴 하지만, '-코어' 같은 접미사를 붙여가며 인터넷 상에서 퍼져나가는 저렇게나 많은 '미감'들은, 20세기 하반기의 하위문화가 현실 상에서의 외형과 태도 등으로 구현된 것과 비교해 보았을 때에 온라인 상에서의 활동(혹은 그러한 온라인 공간에서의 외형과 태도 등)으로 치중된 경우를 생각해보면 '하위문화' 자체를 모의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 미감들은 보다 더 웹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표면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그러니까, 상당히 간명한 리믹스 기법을 통해 (참 아이러니하게도) 대량생산이 가능한 나이트코어와 베이퍼웨이브와 퓨처펑크 등은 '예술성'과 '창의력'에 있어서 사기행위와도 같을까요?

79) “places you've seen in your dreams”, Z1MR1, Youtube, 2020.07.20.

암튼 간에 그러한 의미에서 문화와 취향을 적어도 대체현실의 안쪽에서 구현해온 움직임이 되먹임 회로를 타듯 인터넷 자체를 향하는 과정은, 조금 멀게는 월드 와이드 웹의 개발부터 약간 가까이는 전화선이 아니라 랜선으로 통신되었을 즈음부터의 웹 자체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다는 방증일 겁니다. "꿈에서 보았던 공간"은 이제 이쪽의 현실뿐만 아니라 저쪽의 현실에서도 가득할 것이며, 특히나 '2.0'의 시기로 접어든 이래로 플랫폼 기업들의 제어 하에 놓인 '인터넷'은 그 흔적들을 최대한 지우려고 끊임없이 스스로의 외관을 브랜드 로고들이 '과하게 간소화'되듯 갱신해갈 뿐입니다.

80) “you've entered the Liminal Space. - a dreamcore/weirdcore playlist”, 11crows, Youtube, 2021.09.26.

[대체현실유령]의 3장과 3+장은 선형적인 순서에 따라서는 2010년대 초중반 정도를 다뤄야할 것 같지만, 자꾸만 보다 순서상 후반부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끌어오네요. 현재가 거대한 중력으로 과거를 끌어와 포섭하는지, 아니면 과거에 분명히 남아있는 흔적들이 현재로 유출되어 점령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81) “Ateriavia”, Anthony1 / Exodia / Sienna Sleep, Bandcamp, 2020.12.04.

82) “C3L3STIAL天の”, bliss3three, Bandcamp, 2020.05.31.

83) “𝙲𝚕𝚊𝚜𝚜𝚒𝚌_𝙿𝚛𝚘𝚓𝚎𝚌𝚝_𝟸000​​.​​𝟹𝚐𝚙 [Deluxe Edition]”, T€∆M M£K4NØ, Bandcamp, 2020.10.02.

84) “𝖉𝖗𝖎𝖝𝖝𝖊𝖉 𝖔𝖚𝖙 𝖒𝖔𝖚𝖓𝖙𝖆𝖎𝖓𝖘”, Mokshadripp, Bandcamp, 2020.05.26.

85) “tomoe_✧theundying - Rare RCB hexD.mp3”, ‎SPELLED RECORDINGS, Soundcloud, 2020.04.26.

‎SPELLED RECORDINGS · tomoe_✧theundying - Rare RCB hexD.mp3
이 모든 '헥스드 (HexD)' 작업물들이 꽤나 고무적이게 느껴지는 건, 이전까지 등장해온 여러 인터넷 기반의 세부장르들과 달리 이들은 '뭉개졌다 (crushed)'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름처럼, 편집되고 합성된 소리들 자체가 애초에 디지털적으로 분해되고 재결합되다가 그 구체적인 질감들이 유실되어버린 상태를 모의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좀 더 넓고 오래된 리믹스 실천의 일환에서 "기억은 되살아나지만 단순히 복제되기보다 미묘하게 왜곡된다(Potash, 146. Richard Williams, "Dub and the Sound of Surprise" in Reggae, Rasta, Revolution: Jamaican Music from Ska to Dub, Chris Potash, Editor, 197. 루이 추데-소케이, 『사탄 박사의 반향실: 레게, 기술 그리고 디아스포라 과정』, 강덕구 옮김, 미디어버스, 2022, 62쪽에서 재인용)"는 점을 다만 현대의 양식에 맞춰 표현한 거라 둘 수도 있겠지만요.

그러나, 저는 이것이 다시 한 번 수많은 정보 값들의 연속성을 0과 1의 신호로 쪼개버려 다루는 디지털적인 기계장치를 거쳐서 작업한 왜곡이지, 어느 정도의 아날로그적 성질을 실제로 제작하거나 비슷하게 구현해서 만들어낸 잡음도 소음도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이미 왜곡된 시간성에 푹 잠겨 있는 것만 같은 클라우드 랩을 기반으로 '헥스드'한 미감을 선보이는 팩스 갱(Fax Gang)의 '제퍼디 (Jeopardy)'와 같은 트랙이 이를 잘 들려줍니다. 로우파이한 음질 때문에 알아듣기 힘들게 멜로디를 흥얼거리는 랩의 아래로는 잔뜩 부풀려진 베이스음이, 위쪽으로는 번쩍이며 넘실대는 신스음이 저마다 디지털적으로 뭉개진 부스러기를 잔뜩 남기며 차차 소음으로 화하는 광경은, 자신이 디지털적으로 변환된 것마저도 아니고 아예 디지털적으로 창조되었다는 걸 분명히 인지한다는 점을 드러내지요. 불안정하게 튕기고 렉 걸리는 이들의 육체가 발붙인 지면은 물질적이고 아날로그적인 현실이기보다는, 추상적이고 디지털적인 대체현실입니다. 이 소리들은 그러한 세계의 주민들이고요.

86) “Top 13 Disturbing Albums on the Internet”, Pad Chennington, Youtube, 2019.10.20.

살짝 시대착오적일지 모를 "가장 섬뜩한" 따위의 수사를 아무런 반감도 없이 붙여대는 패드 채닝턴(Pad Channington)의 채널은 물론, 웹상에서 컬트적으로 추앙받는 몇몇 음악들을 향한 아주 좋은 출입구가 되어줍니다. 그렇지만 거기서 보다 더한 걸 찾아듣는 건 청자 본인의 몫일 테고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저러한 수사들이 각 음악들의 고유한 특성을 단지 섬뜩하기만 한 무언가로 약화시키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87) “The Darkest Album I Have Ever Heard - Everywhere at The End of Time ”, A Bucket of Jake, Youtube, 2020.06.12.

주의산만이 이렇게까지 관습화된 이 세계에서 오래된 음악을 샘플링해 아주 느린 속도로 변조시키는 6시간 반짜리 음반을 통째로 듣는 게 소셜 미디어 상에서의 "챌린지"로 유행 탄다는 점은 적어도 제게는 비정합적으로만 느껴지네요. "할렘 쉐이크(Harlem Shake)에 맞춰 몸을 흔들어 제끼는 짓거리의 너무 많은 변주는 분명히 지금의 인터넷에 잘도 어울리는 데 말이죠. 저는 [시간의 끝 모든 곳에서]를 내내 청취하고 앉아있을 의향이 없습니다.

88) “A song plays in a store, however it's the end of the world”, clock, Youtube, 2020.05.17.

89) “heartache”, Marangsoup, Youtube, 2021.01.26.

90) “The Carebear- Everywhere In The Beginning Of Nowhere Stages 1-7 (The Complete Edition)”, The Carebear, Youtube, 2021.04.05.

User 674929035 · The Carebear- Everywhere In The Beginning Of Nowhere Stages 1-7 (The Complete Edition)

91) “Minecraft, but it's Everywhere At The End Of Time”, Model Traitors, Youtube, 2020.10.28.

저 또한 분명 그 시기를 통과했다만, 어느 시기건 간에 이러저러한 이유로든 <마인크래프트>에 "참여"하지 못했다는 점은 이런 얘기들을 할 때 무언가 인터넷-인간으로서의 신용도 같은 걸 좀 떨어뜨리는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둘레에서 보았을 때에 이 게임이 예상 외로 거대한 히트를 친 인디 게임을 시작해, 한때는 특정 연령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즐거워 하는 꼴을 눈뜨고 보지 못하겠다는 (주로 해당 시기를 막 끝낸) 이들에 의해 '초딩 게임'으로 멸시받다가, 수많은 스트리머와 인방러들의 주요한 수입원으로 기능한 다음 한 시대, 어쩌면 비디오 게임의 역사 전체를 대표할 무언가가 되었다는 건 정말로 신기하지요.

한때 저는 C418이 제작한 OST에 대한 인터넷 상에서의 열광과 지지가 인터넷-노스탤지어의 효과일 뿐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그게 베이퍼웨이브가 차용하는 80년대 신스 팝 같은 기능을 한다 두면 그리 열불낼 일은 아닌 거 같네요.

92) “(Stages 1-6 Complete) Everywhere and Nowhere at the Same Time - EATEOT Gen Z”, The Man of the Hour, Youtube, 2021.11.29.

특히나 이 작업물이 흥미로운 건, 케어테이커가 원래는 그마저도 속해있지 않은 훨씬 더 이른 세대의 "기억상실"을 모의하기 위해 제작했던 양식과 음반들이, 아예 20세기 전체의 매체기술과 물론 그 이후를 관통할 수 있을 만한 (왜곡된) 노스탤지어의 코드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날로그적인 기계장치에서 분명히 분리된 채 지내온 이들에게마저도, 그러한 물질적인 잡음들 자체가 오염된 기억과 너무 강한 의미작용을 맺어버리는 거죠. 이러한 작업물들은 그렇게 일찌감치 코드화된 형식을 단지 내용물만 '현대'에 맞게 번역하면서 비슷한 효과를 노려보죠. 그렇지만 그게, 정말로 알맞게 작용할 수 있을까요?

93) "우리를 천천히 피할 수 없는 죽음으로 인도하는, 멈출 수 없는 시간의 흐름입니다."



해당 밈을 노랫말로 사용한 왑띠(Wapddi)의 트랙 "똑딱똑딱"에 대해서는 이래저래 할 말들이 많겠으나, 분명히 디지털적으로 그려진 뮤직비디오에 다시 한 번 CRT 모니터의 효과가 입혀졌다는 것만 우선 짚어보고 싶군요.

94) “lofi hip hop radio - beats to relax/study to”, Lofi Girl, Youtube, 2017~


여담

케어테이커, 파일럿레드썬, 판치코 모두 2016년에 그들의 발매작들이 어떤 식으로든 공개가 된 덕에 이 세 음악인들의 작업물을 엮어볼 수 있었지만, 그 때문에 안타깝게도 한 달 반 정도 일찍 발매되었으며 동시기의 인터넷-음악에서 이들만큼 중요할 모종의 음반 하나가 3+장에서 탈락하게 되었죠: 타이어스타이어스(tirestires)의 [섀도우독(Shadowdog)]입니다.

이 익명의 창작집단이 유일무이하게 ‘발매’한 음반은 2015년 11월 20일이라 표기되어있는 발매일 즈음 밴드캠프(bandcamp)에 올라왔다가 어느 순간 내려간 채, 이제는 공식적인 청취 경로마저 어디에도 없는 채 이를 다운로드받아 유튜브나 사운드클라우드의 스트리밍-아카이브나 메가(MEGA) 등의 사적인 공유지에 재업로드한 채로, 종종 트랙 단위로 산산조각나서 표류 중이지요. 이러한 [섀도우독]의 존재론적인 상태부터가 [대체현실유령]에서 주로 다루는 인터넷의 모습과 제법 어울리는 한편, 이를 더더욱 ‘인터넷스럽게’ 해주는 건 물론 그 내용물입니다. 음반 커버에서부터 미세한 단위의 픽셀 조각들이 남긴 우툴두툴한 경계선과 은근하게 과포화된 것 같은 색감이 네온과 형광 사이인양 미묘하게 조절된 채도의 색감을 띤 것처럼요.

[섀도우독]은 최소한 선율과 화성의 구조에 있어서는 팝적인 편입니다. 밝고 환하며 무엇보다도 누구에게나 잘 먹혀들어갈 확률이 높은 코드들이 적절한 단위로 반복되지요. 하지만 이런 멜로디에 대한 것들은 대중음악에 있어 유일무이한 요소만이 아니죠. 이러한 음계들은, 무엇보다 실제로 연주된 악기를 최대한으로 왜곡시켰는지 아니면 애초부터 그러한 질감을 띠고 있는지 구분조차 불가능한 음색에 담겨 나타나니까요. 후가공이 심각하다 못해 해당 소리의 음원을 구별 짓는 것마저 무용한 상태에서, [섀도우독]의 소리들은 차라리 구체적인 물성이 전부 다 디지털적으로 누락되고 사포질되며 아예 새로운 질감을 띤 편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음색의 사운드는 지속적으로 그나마의 고음질과 여러 순간 깊숙하게 잠기는 저음질을 오가면서 깜빡거리고, 물론 많은 경우에 그러한 음악소리들은 고르지 않게 찢겨나가 다시 붙여진 듯 짤막짤막한 컷 업으로 이뤄진 채 그나마 연속성을 띠고 있는 멜로디를 꾸역꾸역 진행시킵니다. 당연하게도 탑 라인을 이끄는 목소리 또한 과도한 가공을 당한 덕에 많은 경우 음반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소리들과 분간불가능하게 이 아귀가 맞지 않는 디지털 모자이크에 섞여 들어갑니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길이는 최소한으로만 선율 상 모티프를 반복해 안정성의 성립을 단념시키고, 이건 또 대체 뭔지 모를 정도로 착색된 소리들이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형형색색으로 튀어나오지요.

간단히 말해, [섀도우독]은 으레 스튜디오 세공 작업을 거쳐 멀끔한 외관을 띠곤 하는 ‘(전자적인) 팝음악’의 모든 걸 ‘팝’을 간신히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죄다 극단적이게 가공처리한 음반입니다. 이는 의도적으로 아날로그적인 왜곡과 잡음을 첨가한 케어테이커나, 비의도적으로 디지털적인 오염과 퇴색이 발생한 판치코, 또한 전자적인 합성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음색을 제작하는 파일럿레드썬의 주요한 특징들을 전부 다 잡탕으로 섞어놓은 듯합니다. 그리고 [섀도우독]에 담긴 이 수많은 왜곡과 오염, 풍화와 포화는 대체 어떠한 시간(성)을 대체현실로 삼고 있는 걸까요? ‘혼톨로지(hauntology)’라는 개념을 창안한 두 명의 영국인이 이를 “결국 기억의 힘(맴돌고, 느닷없이 떠오르고, 뇌리를 떠나지 않는 힘)과 기억의 연약함(왜곡되고 희미해지다가 마침내 사라질 운명)에 연관된다. (사이먼 레이놀즈, 『레트로 마니아』, 최성민 옮김, 작업실유령, 2014, 324쪽)”거나, 아니면 “음향적 혼톨로지도 유사하게 과거의 요소들로 ‘동시대성을 흐리’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일시적 탈구를 그럴싸하게 속이는 것에 비해, 혼톨로지적인 음악인들은 그를 전면화 (...) 미래에 대한 모든 선형적 모델을 해결하며, 미래가 과거의 단순한 억압일 것이라는 개념을 방해 (마크 피셔, “크래클의 형이상학: 아프로퓨처리즘과 혼톨로지”, Dancecult vol.5, 2013, p.46~47)”한다고 해석할 때에, 소리와 시간 모두를 디지털적인 정보 값으로 치환하는 이 웹-혼톨로지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 위치에 있을까요?

왜곡된 과거가 유출시키는 힘에 물들어가는 현재와, 과거와 현재 모두를 왜곡시켜 미래에게 그 힘을 유출시키고 물들이려 하는 힘. 이 알 수 없는 개념이 벼려낸 양날 중에서, “지금-여기”의 인터넷을 향해 겨눠야 할 쪽은 어디일까요? 케어테이커 - 판치코 - 파일럿레드썬 - 타이어스타이어스로 연결되는 궤적 속에서, 자신의 몸뚱이를 구성하는 소리와 시간이 ‘디지털’적이라는 걸 자각하고 있는 듯 하며 그러한 이유로든 그런 생각을 연상시키든 제가 좋아하는 음반들 또한 추천 드립니다:
그냥 좋아하는 음반 모음집처럼 보인다면 전적으로 제 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