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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분은 지금 6부 "호러는 방영될 것이다"에 위치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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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LOCAL58TV>, Youtube, 2017.10.01.

<캔들 코브> 때부터 <로컬 58>까지의 과정을 두어보자면, 크리스 스트라우브 또한 <안기지마 무서워>처럼 끈덕지게도 인터넷에 붙은 채 나름대로의 관련성을 유지해왔지요. 물론 <DHMIS>와의 가장 큰 차이가 있다면 스타일을 크게 바꾸지 않은 채 근간을 유지했던 <DHMIS>가 주위에서 바뀌어가는 인터넷 풍경을 가늠할 수 있게 해준 대신, 스트라우브는 달라진 환경에 맞춰 그 스스로까지 변화시켰다는 점일 텝니다. 한 가지 묘해지는 건 <DHMIS>가 애초에 많은 걸 수정할 필요가 없게 보였던 건 시리즈 자체가 인터넷보다는 텔레비전의 미감을 따랐기 때문일 테지요. 그것은 아마 6부의 전체적인 주제와도 맞닿아 있겠네요.

158) “LOCAL58TV - Weather Service”, LOCAL58TV, Youtube, 2017.11.02. (2015.10.26., Local58.info)

159) “agamemnon counterpart”, Michael Robinson, Youtube, 2006.06.14.


5+부에서 다뤘던 현대적인 밈이 동시기의 인터넷 호러와 접점을 마련해준다면, 2006년이라는 이 시기의 영상이 맞닿아있던 밈-문화는 아마 분명하게도 '유튜브 풉(Youtube Poop)', 혹은 줄여서 그냥 YTP라고 불릴 일련의 양식들일 겁니다. 그다지 큰 유추를 들이지 않고도 똥글싸기(shitposting)의 일종이라 짐작할 수 있을 이 양식은, 매시업(mashup)적 실천의 가장 거칠고 말초적이며 그만큼의 우스운 충격파를 담은 버젼으로, 기존에 존재하는 영상(주로 유명 애니메이션이나 영화 등이 속합니다)의 대사를 짜깁기해서 온갖 비속어들을 '말하게' 편집하는 것에서부터, 이 매시업 자체를 아예 샘플링 기반의 음악과 거의 유사하게 써먹는 경우들까지 다양하지요. 2000년대 중후반 내내 큰 인기를 끌었으며 동시기의 한국/일본 인터넷에서도 '(합성)필수요소'나 '매드 무비' 같이 위상동형에 가까운 표현과 양식이 인기를 탔던 만큼, YTP는 다시금 1부로 돌아가서 찾아볼 수 있을 '쇼크'들의 밈적인 파생본과 같을 텝니다. 그리고 사실, 이 생각을 가지고 다시 5+부를 읽으시면 이 때의 밈적 실천이 대강 15-20년이 지난 후에도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는 걸 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여기에서 공통되는 건 어떠한 '요소'를 사용하는지보다도, 바로 그렇게 원본은 전적으로 우습게 이용해먹을 뿐인 실천 그 자체에 있을 텝니다. 얼마나 돈벌이를 위한 플랫폼이 밀려들어오고 여기서 펼쳐지는 모든 행위들이 구석구석 수익화되더라도, 이런 유형의 똥글싸기만큼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160) “[WI][Wyoming Incident:STORY/LINKS]”, Unfiction, 2006.09.12.

161) “TWI: The Forgotten Mystery ARG”, Night Mind, Youtube, 2016.05.09.


[대체 현실 유령]을 작업하면서는 일부러 이러한 온라인 호러에 대해 다루는 유튜브 채널들을 자주 시청하지 않았습니다. 케이블TV에서 방영해주는 토픽 순위 방송("인터넷을 돌아다니는 가장 미스터리한 동영상 TOP30!")이라거나 어정쩡한 호스트와 게스트들이 초대되곤 하는 심야의 호러 토크쇼와 기본적인 기조가 크게 다르지 않는 채널들도 있겠지만, 겉면 뿐인 줄 알았던 이들 영상에 대해 꽤나 면밀하게 조사를 하고 직간접적인 탐문을 통해 그럴싸한 이야기, 그 미스터리 뒷편의 "로어"를 들려주는 채널들을 많이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들은 말하자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작업물들의 떡밥만을 파대는 채널들보다 좀 더 탐정 같은 자부심이랄 게 있는 거 같으니까요. 다른 주석들에서 언급했던 <ReignBot>이나 <Whang!>과 이번의 <Night Mind>을 비롯해 <Goose Boose>, <Nick Crowley>, <Nexpo> 등은 [대체 현실 유령]에서 겉핥기 식으로 언급할 수 밖에 없는 이들 작업물은 물론 온라인 전역에 깔려있는 호러 작업물부터 미스터리한 사건들까지에 대해서 다뤄주지요.

162) “Weird Video I Found”, GiveMeANumber, Youtube, 2007.02.06.

163) “мир”, jonrev, Youtube, 2007.09.11.

164) “LOCAL58TV - Contingency”, LOCAL58TV, Youtube, 2017.11.01.


제게 가장 흥미롭게 느껴지는 광경들 중 하나는 분명히 영이권의 웹에서 유래했을 양식이 어느 정도 시차를 둔 채 한국어권 웹으로 이식되어 오는 과정입니다. 그러니까, 제게 한국의 인터넷 중에서 몇몇 특정한 구석들은 한동안 일본 쪽에 보다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었다고만 느껴졌거든요. (투채널 등을 떠돌아다니는 일본 괴담들을 직접 공수하듯 번역해오는 블로그들은 이제 디지털-태평양을 건너온 레딧 괴담 번역 블로그들과 경쟁 아닌 경쟁을 해야 합니다!) 단순한 밈 템플릿을 퍼오거나 포챈/레딧에서 떠돌아다니는 페페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도 있겠으나, 거의 동일한 내용과 양식으로 '한국판' 아날로그 호러가 만들어지는 것만큼 짜릿한 것도 없는 듯합니다.

165) “THE MONUMENT MYTHOS”, MISTER MANTICORE, Youtube, 2020.09.13.~


"작업물은 허구적이지만, '민속적인 것(The Folk)'은 그렇지 않습니다."

166) <GEMINI HOME ENTERTAINMENT>, Youtube, 2019.11.18.~

본문에 미처 언급하지 못했던 아날로그 호러 영상들이나 좀 더 실어봐야겠군요.
"Happy Meat Farms Genome Modification Test 047", this place is not happy, Youtube, 2021.11.25.

167) “Eventide Media Center - Oceanview Forecast”, Eventide Media Center, Youtube, 2020.03.14.


"BLUE_CHANNEL: THALASIN", Gooseworx, Youtube, 2021.02.07.

168) “[ EAS 08 : 14 : 2018 ]”, Mystery Flesh Pit National Park Historic Archive, Youtube, 2020.12.16.


"Kid Safety Tips", Andy Livengood, Youtube, 2021.09.13.

169) “Analog Archives - Safety & Information”, Analog Archives, 2019.06.06.

한편 <(엑)스플로시 (Xploshi)><마틴 월스 (Martin Walls)> 등의 채널은 이미 존재하는 작업물을 바탕으로 아날로그 호러에 가까운 애니메이션 영상들을 만드는데, 6부의 후반부에서 좀 더 보시겠지만 양식 특유의 종합력 덕에 이런 영상들은 그새 훨씬 더 발달하게 된 아마추어 애니메이션 제작 기술 덕에 정말로 그럴싸한 "크리피파스타"처럼 느껴지면서 한 바퀴를 빙 둘러온 것만 같은 느낌을 줍니다. 또한 <_보이스버트(_Boisvert)>의 경우도 있는데, "북아메리카의 이야기 (Story from North America)"나 플립노트(flipnote)를 사용한 듯한 품질 낮은 영상에 담긴 수제 애니메이션의 외관을 띠면서도, 특유의 호러적인 터치를 더하지요.

170) “Every 90s Commercial Ever (Uncensored)”, RockeJump 2, Youtube, 2015.02.04.


여담이지만 <로켓 점프>의 옛 영상들은 이 때 당시의 유튜브 영상을 만들던 이들이 어디에서 영감을 따왔는지를 잘 보여주는 창과도 같습니다. 뛰어난 VFX 기술로 무장한 이들은 분명하게도 8-90년대 액션영화를 유튜브 아마추어리즘을 따라 옮겨왔지요. 사실 돌이켜보면 많은 이들이 직전 시기의 텔레비젼과 비디오로 볼 수 있던 코미디 스케치나 시트콤, 아니면 단순히 재미로 제작했던 홈 비디오 등을 패러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당신을 방영하라 (Broadcast Yourself)"는 표어와 잘 맞아떨어지는 내용물이기도 했지요. 물론 그 표어가 유튜브에 의해 떼어질 때 즈음은 유튜브 자체가 플랫폼으로서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몇 번 지나간 때이기도 했지만, 더 이상 유튜브 영상이 인터넷과 컴퓨터 이전의 영상 매체들을 참고하지 않고도 그들 스스로의 양식을 제작할 수 있던 때이기도 했을 텝니다. 무엇보다도 이제는 '스스로를 방영하는' 곳이 단지 유튜브만이 아니게 되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들은 여전히 옛 영상매체들이 미리 구축해놓은 용어들을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는 없을 거고요.

171) <SkyCorp Home Video>, Youtube, 2016.04.10.~

172) “Teaching Jake about the Camcorder, Jan '97”, brian david gilbert, Youtube, 2021.03.04.


일찍이 게임 웹진 <폴리곤>의 유튜브 채널에서 연재한 시리즈 <언래블드 (Unraveled)>로 과도한 비디오 게임 로어 분석질을 메타-패러디하는 동시에 진지하게 수행했던 브라이언 데이비드 길버트(Brian David Gilbert)는, 개인 채널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호러를 겨냥한 몇 영상들을 만듭니다. 그러므로 사실 이 영상 또한 <청반바지 만드는 법 (how to make jorts)>이나 <자가 취업해서 매달 2만$를 벌어보세요 (Earn $20K EVERY MONTH by being your own boss)> 등에 더 가깝긴 하겠지만,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이전의 다른 아날로그 호러 영상보다도 꽤나 다른 방식(이를테면 여기에서는 CRT 모니터로 열화되는 색상이나 되돌리기 효과 등이 더 전면적으로 사용되지요)으로 '무섭게' 써먹는다는 점에 있어 함께 둘만 합니다.

173) <Clear Lakes 44>, Youtube, 2016.06.21.~2016.10.08.

물론 <마블 호넷>의 제작진들이 이 두 채널을 시작했을 때 염두에 두었던 건 보다 전통적인 '파운드 푸티지'에 가까운 무언가였겠지요.

174) <eckvanet>, Youtube, 2016.07.27.~

아날로그 호러가 그와 갈라지는 지점은 이 '푸티지'들이 애초에 실제 촬영분에 기반하여 '파운드'된 게 아니라는 점일 겁니다.

175) “Poradnik Uśmiechu”, KrainaGrzybowTV, Youtube, 2013.12.24.~2017.04.01.

<스마일 가이드>는 그 공개 시기나 사용 언어나 전체 미감이나 이 모든 영미권에서의 난리법석과 기이하게 동떨어지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앞서 올린 한국판 아날로그 호러 작업물이 가져다줄 저 묘한 땡전뉴스적인 분위기를 비롯해 5부 주석에서 잠시 언급했던 셀레나 델가도 로페즈의 실종 방송의 녹화분까지, 폴란드나 한국이나 멕시코나 어디든 간에 특정한 텔레비전 방송들이나 텔레비전 자체가 주는 섬뜩함은 공통된 정서일지도 모르겠네요.

176) “Petscop 2”, Petscop, Youtube, 2017.04.02.

닌텐도64는 물론 PS1~2 시절의 그래픽을 사용한 호러 작업물들이 꽤나 많이 나오는 이유 또한, 저는 적어도 그 시기까지의 비디오 게임들이 여전히 CRT 모니터에서 그 이미지를 보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내용물이 기이하게 느껴지는 공익적인 공영방송이거나 텅 빈 감각이 가득한 3D 게임이든 간에, 이들 모두는 영상의 해상도와 충실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화면 속에서, 코앞에 갖다대면 화소 단위가 보일 정도의 질감을 띠고 흐릿하게 나타나지요.

177) <CH/SS>, Youtube, 2016.01.16.~

그러므로 컴퓨터와 인터넷이 20세기 끝자락의 텔레비전의 지배력을 능가하는 매체가 되었다는 말이 지겨울 정도로 오고 갔던 것이 무색하게, 20년대 초반에서야 이렇게 나타나고 있는 아날로그 호러 양식들은 어쩌면 텔레비전이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이 그저 약하지 않다는 것마저 아니라, 매우 실재적이라는 걸 알려주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이 현 시점에서 인터넷의 주된 사용층이 여전히 기세를 잃지 않았던 텔레비전에 대한 경험이 남아있어서인지, 아니면 오히려 경험이 없기에 저 상자 혹은 판자가 보다 기이하게 느껴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178) <Alex Kister>, Youtube, 2021.06.10.~

본문에서 상대적으로 불평을 해대는 편이지만 <만델라 카탈로그>가 이 양식을 상징하는 작업물이 된다는 데에 이견이 없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텝니다. 텔레비전을 최대한 모사하고 그 방영물들을 그럴싸하게 모의하려 애쓰는 다른 작업물과 달리, 알렉스 키터에게 텔레비전과 비디오를 결정짓는 매체적 특징들은, 단순히 호러를 전달하기 위한 '미감'으로만 작용할 뿐이니까요. 텔레비전의 영향력이 보다 일찌감치 죽어버린 것만 같은 만델라 효과가 일어난 이 대체현실을 구성하는 짤막한 영상들의 카탈로그는, 스스로가 텔레비전을 가장한 인터넷 영상이라는 걸 매우 잘 알고 있지요.

179) “My Movie.mp4”, Alex Kister, 2022.02.25.


그러므로 현재와 근미래의 온라인 호러가 대적해할 호적수로 삼아야 할 다음 대상은, '옛 인터넷'이겠지요. 그 시대적 범위는 물론 이미 90년대를 벗어난지 한참입니다.

180) “analog horror be like”, Soarin' Hawk, Youtube, 2021.11.06.


그렇게 우리는 다시 한 바퀴를 크게 돌아 점프 스케어로 '돌아왔'습니다.

181) “The Mandela Magazine”, Sr Pelo, Youtube, 2022.06.30.


자신이 인방러라는 사실을 너무나 확실히 인지한 채 이를 최대한 우습고 놀라운 방식으로 이용해먹는 트위치 스트리머 절마(Jerma985)와 얽힌 텀블러 유저 wizard0rb의 꿈만큼이나 온라인 호러의 동시기에 이만치 어울리는 것도 없을 거 같습니다:

"간밤에는 꿈을 꾼 게 절마가 무슨 새로운 유형의 방송을 개발해서 주류 유명인이 되버렸는데 평소처럼 게임을 하긴 하지만 가끔 가다 한 번 씩 채팅창이 "공포를 훔쳐보게" 해주면서 화면에 이 꿈틀대는 빨갛고 검은 덩어리(뭔가 AI가 자동생성한 이미지 같았음)를 올려놓고 이걸 본 모든 사람들이 저게 여태껏 봤던 거 중에 가장 웃긴 거라 생각한다는 게 다였지만 절마가 저걸 보여줄 때마다 이걸 본 시청자 하나가 죽어버리는 거야

절마가 방송에서 이거 띄웠다가 죽어버리면서 다 끝났음. 방송은 그의 기억을 추모하기 위해 72시간 동안 켜진 채로 있었는데, 죽은 듯이 조용한 채 절마의 시체랑 뒷편의 화면에서 천천히 꿈틀대는 빨간 덩어리만 있었어"

182) “The Scrimblo Catalogue I”, AlexKisterLIVE, Youtube, 2021.10.24.

183) “LOCAL58TV - Digital Transition”, LOCAL58TV, Youtube, 2021.11.01.


21세기 초반의 약 10년 정도 간 과도기를 거쳐, 아날로그 방송 송출은 2010년을 전후로 미국, 일본, 한국, 유럽 등의 지역에서 종료되었습니다. 이때는 공교롭게도 스마트폰 단말기가 본격적으로 기존의 휴대전화를 대체하고 있던 때이기도 했지요. 이 모든 것들이 굉장히 옛날처럼 멀게만 느껴진다면, 지금 당신은 시계열의 혼란을 경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184) https://local58.tv/

여담


지금까지 [대체 현실 유령]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석 페이지는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조금씩 수정/보완될 수 있음을 알립니다.